음식 이야기
연말, 연시 숙취 해장은 콩비지탕으로
오드리튜튜
2007. 9. 21. 14:44
연말, 연시 숙취 해장은 콩비지탕으로 |
종무식, 송년회, 망년회...일년 내내 마시지 못했던 술을 한번에 다 마셔버리려는 것일까요. 핑계 없어 마시지 못했던 술. 해를 넘길 수 없다는 그럴싸한 핑계가 생긴 때문일까요. 몸에 나쁜 술을 다 마셔 없애 버리기라도 하겠다는 듯 남편은 연일 '술이 떡이 되어' 들어옵니다.
"아이구 죽겠네. 속 아프고 입도 깔깔하고..." "죽긴 뭘 죽어. 신나지. 아주 신나셨던데 뭘 그래. 당신 정말 그렇게 마시다 일 낸다. 나이를 생각해야지 당신이 지금 이십대야 삼십대야." "잔소리 좀 그만하고 뭐 먹을 것 좀 줘봐. 오늘도 또 있는데 아주 죽겠다." 미운 분(?) 떡 하나 더 준다고 했던가요. 연일 새벽 가까운 시간까지 술을 마시고 갈짓자 걸음으로 들어와서 술 냄새 풍기고 천장이 들썩거릴 정도로 코까지 골아가면서 잠이 든 남편의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꿀밤이라도 한대 먹이고 싶을 정도로 속이 상하답니다. 하지만 어쩌겠어요. 그게 다 먹고 살기 위해 억지로(믿을 수는 없지만) 하는 일이라니 마음넓은 아내가 참아줄 수밖에요.
한 해 두 해도 아니고 남편이 병이 나면 힘든 건 역시 아내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밉고 또 미워도 알아서 속을 달래 내보낼 수밖에요. 콩은 예로부터 오곡중의 하나이며 '밭에서 나는 소고기'라고 할 만큼 맛과 영양이 풍부합니다. 특히 콩을 갈아서 만든 비지는 소화와 흡수도 좋고 과음으로 인한 단백질 부족을 효과적으로 보충할 수 있는 식품이지요.
비지의 참맛은 좋은 콩에서 나오는데 유전자 조작이 가해지지 않은 순수 토종콩을 미리 사두는 것도 중요합니다. 돼지뼈에 생강과 마늘 소금을 약간 넣고 삶고 콩은 미리 불려 껍질을 제거하고 삶은 뒤 곱게 갈아 둡니다. 돼지뼈가 충분히 삶아지면 씹는 맛을 풍부하게 낼 수 있도록 양배추를 잘게 채 썰어 넣고 야채와 고기들이 충분히 익을 때 쯤 갈아 둔 콩비지를 살짝 얹어서 끓어 주면 됩니다.
콩요리를 싫어하는 아이들에게도 비지찌게는 인기랍니다. 돼지뼈에 붙어있는 살코기를 발라먹는 재미에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콩비지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거든요. 아침에도 술이 깨지 않아 식탁에 앉아서도 술 냄새를 퐁퐁 풍기는 남편에게 콩비지 탕을 한그릇 떠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니 양심은 있는지 실없는 소리를 합니다. "구수하고 좋다. 뱃속이 든든해지는 것 같아. 오늘이 마지막이야. 하루만 참아 달라구. 비지찌게 진짜 죽이는데. 역시 내 마누라가 최고야. 하하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