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배찬희님에 민들레
오드리튜튜
2010. 1. 20. 02:14
바람의 목소리로만 이야기하리라
태양의 오랜 갈증으로만 사랑하리라
죽음조차도 조객을 부르지 않는
그 결벽함으로 고백하노니, 민들레
향기를 잃고 손님을 잃어버린
죽어서 더욱 빛나는 네 이마 위에서
순결을 보았노라, 민들레
제 무덤까지도 마셔버리는
그 냉정함으로 울어대는 산새처럼
이젠 더 이상 슬프게 노래하지 않으리니, 민들레
바람에 날려 방향 잃은
한 마리 십자매로
내 집에 네 둥지를 틀어다오.
애장을 파먹고 미쳐버린 여우처럼
온 산 누비며 달아난 곳
네 온기가 남아 있는
불빛 홀연한 토담집 꽃 밭
눈 맑은 소녀의 손 끝에서
수줍게 다시 피어나는
요절한 시인의 숨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