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박정숙님에 추억에서

오드리튜튜 2007. 12. 7. 23:13



국민학교 3학년 시절이었다.
머리 곱게 땋은 여선생님이
처음 부임해 오시던 날.
자기 소개를 하고 나서 얼굴울 붉히고
수업도 제대로 못하시던 그 모습이,
지금에 와서야
한 폭의 그림처럼 고울 줄이야.
가끔 하얀 도화지를 나누어 주시면서
하얀 겨울을 그리라고 하시던 선생님,
나는 하얀 겨울 대신에
선생님이 자주자주 얼굴 붉히시던
그 순진한 모습을
도화지에 몰래몰래 담아 그렸다.
하얀 얼굴의 눈사람이 아닌
얼굴이 붉은 눈사람을 그려놓고
아이들은 손가락질을 하며 야단법석이었지만,
선생님은 내 마음을 이시는지
싱긋이 웃으면서 "수"라고 적어 주셨다.
지금은 다시는 볼 수 없는
부끄러운 선생님,
아니 마음씨가 고와서
자주자주 얼굴을 붉히시던 선생님이
12월 겨울의 문턱에서
누구의 그리움을 우는지,
하얀 눈이 아닌
부끄러운 눈송이가 하염없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