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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리님에 데레사씨 꽃가게

오드리튜튜 2007. 12. 4. 01:32



마르면서 붉어지는 분홍 장미는
물구나무로 매달린 채
벌써 한 달째다
한 웅큼 잽싸게 따라와 뿌려진 바람과
알맞게 고루 배인 햇살로 피어난 꽃도
여기서는 가끔 기가 죽는다
시들어빠진 마른 꽃이 팔려나가는 곳도
이곳이다
반쯤 피다 만 나리꽃
하루에 두세 번 피고 지는 알라딘 꽃
꽃들은 절대로 소리내며 웃지 않는다
근시인 데레사씨
꽃말 따위로 부질없는 야담을 만들지 말라고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요즘은
제 냄새 풍기며 사는 법을 배우노라고
피는 꽃은 다르지만
지는 꽃은 닮았더라고
꽃들이 못 알아듣게시리
가만가만 이야기하곤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