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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님에 늦가을의 배추벌레 노래

오드리튜튜 2007. 11. 22. 16:33


서리내린 저 밭의 배추잎 끝에서
이제 나는 가을 하늘을 볼 테다.
추위가 몰려 오면 흙벽에
제 눈만한 창문을 내고
울며 울리는 사람들.
날 부르는 뜨거운 눈물이 안 보일지라도
이제 나는 꿈을 꿀 테다.
삽날이 밀려와
내 집 밑둥을 자르고
밤마다 흙더미 사이로 별이 보이면
내 사랑은 흐르는 한 줄기 강물
가을 빛도 남겨두고 떠나야 한다.
잘 있거라. 누런 들판아, 탱자나무야
속삭이는 낙엽소리와 연기 내음도 두고
캄캄한 땅 속에서
이제 나는 꿈을 꿀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