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이성부님에 벼

오드리튜튜 2007. 10. 30. 03:06



벼는 서로 어우러져
기대고 산다.
햇살이 따가와질수록
깊이 익어 스스로를 아끼고
이웃들에게 저를 맡긴다.
서로가 서로의 몸을 묶어
더 튼튼해진 백성들을 보아라.
죄도 없이 죄지어서 더욱 불타는
마음들을 보아라. 벼가 춤출 때,
벼는 소리없이 떠나간다.
벼는 가을 하늘에도
서러운 눈 씻어 맑게 다스릴 줄 알고
바람 한 점에도
제 몸의 노여움을 덮는다.
저의 가슴도 더운 줄울 안다.
벼가 떠나가며 바치는
이 넓디 넓은 사랑,
쓰러지고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서 드리는
이 피묻은 그리움,
이 넉넉한 힘...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해인님에 민들레의 영토  (0) 2007.10.30
오승강님에 새로 돋는 풀잎들을 보며  (0) 2007.10.30
이시영님에 너  (0) 2007.10.26
박화목님의 호접  (0) 2007.10.26
조남익님의 죄  (0) 2007.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