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김동원님의 너의 겨울 뒤에서

오드리튜튜 2007. 10. 10. 14:24



너의 빨간 목도리 뒤에 서 있는
가늘고 하얀 겨울,
겨울 따라 찾아가면
하얀 눈꽃은 지고,
붉은 입술에 모여 있는
너의 옥같은 소리를 만난다.
너의 분홍빛 가슴에 감추어진
눈물같은 사랑,
사랑 따라 찾아가면
하얀 강물은 눕고,
자주빛 사탕처럼 무너지는
너의 하얀 이빨을 만난다.
하얀 지체를 뿌리면서,
눈을 감은 채
금빛으로 물드는 언덕이여.
하늘과 땅을 건너
맨발로 달려오는 슬픈 봄이여.
너, 이조의 여인처럼 울고 있는
수직의 분화구여.
나는 지금,
하얀 눈꽃이 되어
너의 따뜻한 겨울 속으로
죽음처럼 떨어져 간다.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도현님에 금강하구에서  (0) 2007.10.12
김광규님의 안개의 나라  (0) 2007.10.10
고은님에 문의 마을에 가서  (0) 2007.10.10
정완영님에 조국  (0) 2007.10.04
정희성님에 저믄 강에 삽을 씻고  (0) 2007.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