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이야기

동짓날, 팥죽도 안 먹고 뭐할래?

오드리튜튜 2007. 9. 21. 14:32
동짓날, 팥죽도 안 먹고 뭐할래?

옛 중국에 공공(公共)씨가 살았다. 그 아들이 망나니였는데 어느 동짓날 죽고 말았다. 아들은 역질 귀신이 됐다. 역질은 천연두다. 당시엔 무서운 돌림병이었다.

공공씨는 죽은 아들이 팥을 싫어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아들이 죽은 날엔 집 곳곳에 팥을 뿌렸다. 죽도 쒀 먹었다. 역질이 도는 걸 막기 위해서다. 이게 동지팥죽의 유래라고 한다.

오는 22일이 동지(冬至)다. 시대가 변했지만 동짓날 팥죽 먹는 풍습은 여전하다. 대표적 죽 브랜드 '본죽'은 1년 매출의 20%가 이맘때 팥죽에서 나올 정도다.

팥은 특히 사무직 근로자나 수험생 등에게 필요한 곡물이다. 팥에는 단백질과 지방, 섬유질과 비타민B1이 풍부하다. 식욕부진이나 피로감, 수면장애나 신경쇠약 증세를 완화하는 데 좋다.

팥 껍질엔 안토시아닌과 사포닌이 풍부하다. 장을 자극하므로 변비 치료에 좋고 포만감을 빨리 느껴 과식도 막는다.

찹쌀가루로 빚은 새알은 원래 나이 숫자만큼 먹는다. '새알'이란 이름은 새가 알을 깨고 나오듯 새로운 변화를 기대한다는 뜻이다.

올해 동지엔 어디서 어떤 팥죽을 맛볼까.

하겐다즈엔 단팥죽과 녹차 아이스크림을 함께 먹는 ‘핫(hot)팥-단팥&그린티'(7500원)가 있다.

본죽은 대표 메뉴가 바로 팥죽(6000원)이다. 새알을 듬뿍 넣었고 양도 많다. 22일은 본죽의 '팥죽데이(day)'다.

삼청동 '서울서두번째로잘하는집'도 빼놓을 수 없다. 한약재 향과 달착지근한 맛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디저트로 그만이다. 포장도 된다. (02)734-5302.

꼭 '죽'일 필요는 없다.

배스킨라빈스엔 팥 아이스크림(5000원)이 있다. 청담동 카페 '에땅끌레르'에선 녹차팥빙수(1만3000원)를 판다. 이한치한인 셈이다.

파리바게뜨엔 케이크 사이로 팥 알갱이가 보이는 팥케이크가 있다. 호원당, 질시루 등 유명 빵집에서는 팥과 녹차를 활용한 동지떡을 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