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거라
아무도 보지 않을 때 이 때
그러나 눈 있는 이들 숨죽이며 지켜보는 이 때
떠나거라 묵묵히
움직이지 않는 듯
뜨겁게 땅에 몸을 붙이고 굳굳하게
돌아올 수는 없을 것이다 한번 가면
죽은 넋 바람에 실려 빗물로는 몰라도
샛푸른 한으로 번뜩이는 신새벽 이슬로는 몰라도
서릿발로는 몰라도 통곡처럼 퍼붓는 우박, 눈발로는 몰라도
떠나가면
살아서 우리
다시 만나기 어려우리라
흐르거라 이 밤이 새기 전에
버림받은 모든 것들
모멸과 안타까움 속쓰림을 부둥켜 안고
가거라 속 시원히
밤 깊어 고요할 때 이 때
저 어둠의 복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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