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창 너머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를 보노라면
바람은 매일 와서 무얼 빚고 있을까.
부드럽게 쓸리는 나무들 위로
맑디 맑은 무언가가
열기를 여윈 서늘한 불꽃으로 피어 오르고
가끔 새가
불꽃 속을 날카롭게 날아간다.
이 세상 아닌 어느 하늘에서도
내가 보는 나무의 흔들림을 받아서
나무는 저렇게 흔들리고
거기 사는 이들은 눈이 맑아서
나 대신 바람이 빚는 것을 보고 있을까.
몇 굽이 몸살을 앓고 나면
바람이 무얼 빚는지
나도 알 수 있을까.
이제 저녁을 먹었으니
다만 고향바다를 내 안에 불러들여
바닷가에 꽃게나 한 마리 놀게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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