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은
요즘 계속 졸고 계신다.
눈을 뜨고
맑고 깊게 사물을 가늠해 볼 여유가 없다.
옛날엔
단지 밤에만 주무셨다.
주무실 동안에는
풀벌레까지도 함께 잠들어 꿈꾸었고
자신도 흥건히 꿈 속에 빠져 들 수 있었다.
어쩌다 마른 기침소리만 내어도
아주 잠에 골아 떨어진
땅 속의 두더지와
아슬한 가지 끝에서 숙면하던 날짐승까지도
흠칫 놀라 눈을 떴다.
나도 그때 깨어 일어났다가
다시 잠 들어야 했다.
그때는 생물들이
한결같이 하느님편이어서
그를 극진히 보살폈다.
요즘은
너무 변괴스러운 일이 많아
한 밤에도 잠자리를 펴지 못하고
천상에서 안절부절 못하는 노인.
하느님이 한낮에도 졸고 있는 이상
우리는 모두 불면증으로 고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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