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의 커피를 마신다.
뜨거운 한 모금의 차는
발톱으로 흘러가고 코끝으로 흐른다.
발톱으로 가서는 내가 딛고 나설 땅이 된다지만
코끝으로 간 것은 울음만 된다.
울음이 부서지면 산그늘로 숨지만
내 하늘을 채우고도 되레 남는다.
백자같이 너그러운 한낮
수정같이 도도한 밤
풀길없는 갈증으로 남는다.
내가 마신 한 잔의 커피로는 안 될 것이다.
발톱에서 코끝으로 오르는 파란만장한 질곡을
귀먹은 아우성을
내 철 없는 열증을
나는 안다.
어림도 없는 것이다.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원 모나리자의 손 (0) | 2010.03.09 |
---|---|
윤삼하님에 겨울의 첨단 (0) | 2010.03.09 |
이하윤님에 들국화 (0) | 2010.03.06 |
천상병님에 새 (0) | 2010.03.05 |
정희성님에 저문 강에 삽을 씻고 (0) | 2010.03.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