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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환님에 그믐달

오드리튜튜 2008. 1. 16. 13:07


그믐달은
마을에 상여 떠나기를 기다려서
저 혼자 어둠을 기대고 드러누웠다
몸은 비록 머얼리 떨어져 있으나
나 어린 상주의 울음 대신
그믐달은 조용히 머리를 풀어 띄웠다.
산설고 낯설고 바람 잔 뜰안
허전한 어느 비인 항아리 안에
남 몰래 소나기로 내려왔다가
이윽고 다다른 목숨
재 너머로 조용히 일러 보내고
그믐달은
상주가 잠이 들기를 기다려서
부엉이를 여지없이 성 밖에 두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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