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보름만에 간
술이 덜 깬 아침
손님같이 집 한바퀴 돌고
꽃밭에 갔더니
꽃밭은 쥔 없어도
한 뼘쯤 더 키가 자라고
손주놈은 언제 깨었는지
꽃망울 속에 숨어 웃고 있었다.
감나무 삭정이에 한올 연실처럼 걸려 있는
할아버지 마른 기침소리도
아름드리 포플러 삭은 등걸 속에서
조금은 녹슨
아버지 날선 도끼소리도
내 전지가위 소리도 크고 있었다.
쉰이 넘어 더 헤퍼진
내 헛웃음소리도
한밤중 내 시의 속울음들도
내 전지가위에 잘려 나간
가지 끝에서
아픈 꽃으로 피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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