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은 왕의 간식이었다. 초콜릿은 그 기원부터 고귀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다. 남미 멕시코 아즈텍 제국의 왕과 일부 귀족이 으깬 카카오 열매에 바닐라 등의 향신료를 섞어 마신 호화스러운 음료로 시작되었다. 본격적인 초콜릿 음료는 스페인에서 시작되었고 루이 13세와 결혼한 스페인 공주에 의해 프랑스 궁정에 유입된 초콜릿 역시 왕족과 귀족들의 즐거움이 되었다. 루이 14세의 왕비 마리 앙트와네트는 전담 쇼콜라티에를 두기도 했다. 아즈텍 제국부터 유럽까지 왕실과 귀족의 애호품이었던 초콜릿은 역시 우리나라에도 황실의 간식으로 첫 선을 보였다. 대한제국 주재 러시아 공사 베베르의 처형으로 황실에서 양식 조리와 외빈접대를 담당한 손탁씨에 의해 황실에 처음 소개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초콜릿 맛을 본 사람은 명성황후로 전해지고 있다.
▲부의 상징, 미제 초콜릿에 반하다 대한제국 말기에 국내 소개된 초콜릿은 일제강점기 때 일본에서 들여온 일제 초콜릿이 일부 귀족과 상류층의 간식으로 이어졌다. 일본에서는 이미 1877년 풍월당에서 초콜릿을 상품으로 가공, 판매한 것을 시작으로 1899년 모리나가 제과, 1913년 후지야 양과자, 1918년 메이지제과 등이 초콜릿을 생산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일반인들에게 초콜릿이 소개된 것은 1945년 해방과 더불어 미군이 진주하면서였다. 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연합군인 미군이 우리나라에 주둔하면서 그들의 보급품에서 흘러나온 미제 초콜릿이 한정된 소비층의 기호품으로 애용되었다. 6·25 전쟁 통에서도 아이들은 미군만 보면 초콜릿을 달라며 쫓아다녔고, 미군 보급품인 허시 초콜릿은 휴전 이후에도 수십년 동안 인기 밀수품목으로 미국의 부를 대표했다. 6·25를 거치면서 미군부대 PX를 통해 무질서하게 나돌던 초콜릿 제품은 암시장에서 유통되었다. ▲초콜릿, ‘메이드인 코리아’ 시대를 열다 최초의 국산 초콜릿은 57년 해태제과에서 내놓은 ‘해태 쵸코레’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해태제과 사보에서는 명실상부한 국산 1호 초콜릿은 67년 해태제과에서 내놓은 ‘나하나’ 초콜릿이라 밝히고 있다. ‘해태 쵸코레’는 초콜릿 맛을 넣은 ‘캐러멜’이었다고 한다. 68년 9월엔 동양제과(현 오리온)에서 ‘넘버원 초콜릿’을 선보이며 이어서 ‘님에게 초콜릿’ 3종(하이밀크, 세미밀크, 스위트)을, 74년엔 최장수 인기 기호품으로 자리잡은 오리온 초코파이를 출시했다. 순수 우리 기술의 초콜릿은 68년 동양제과 및 해태제과에서 시작하였고 롯데제과는 75년부터 초콜릿 시장에 참여했다. 75년 2월에 탄생한 가나초콜릿(32g, 100원)은 32년이 지난 지금(30g, 500원)까지도 여전히 건재하다. 국내 3사의 치열한 각축전 속에서 원미경, 채시라, 이미연 등 많은 CF 스타를 배출하며 장국영, 유덕화 등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홍콩 배우를 등장시키기도 한 초콜릿은 88올림픽을 계기로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된다. 해외 여행 자유화와 수입자유화는 밀수품으로 유통되던 외제 초콜릿을 보편화시켰다. 이제는 해외 여행에서 돌아올 때 마땅한 선물이 없으면 초콜릿이 보편적인 상품으로 애용되고 있다. ▲귀족적 기호품으로 회귀하는 수제 초콜릿 등장하다 소득 수준의 향상과 다양한 문화를 즐기고 싶어하는 욕구, 해외여행으로 다양한 식생활 문화를 접한 젊은 세대들이 늘어나면서 초콜릿 시장의 형태도 달라지고 있다. 단순한 기호품으로써의 초콜릿에서 자신의 필요에 따라 주문 제작하는 방식의 ‘수제 초콜릿’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수제 초콜릿은 초콜릿 단품 하나하나가 쇼콜라티에(초콜릿 제조·판매업자)의 수작업으로 이루어져 창작성과 장인정신이 깃들여 있는, 다양한 맛과 모양의 초콜릿이다. 디저트 문화가 발달하고 다양한 케이크와 커피문화가 함께 발전하는 과정에서 수제 초콜릿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또 발렌타인 데이, 화이트 데이 등 초콜릿을 주제로 하는 이벤트 데이까지 활성화되면서 수제 초콜릿만을 전문으로 하는 초콜릿 가게가 생겨나고 쇼콜라티에라는 직업이 떠오르게 되었다. 초콜릿이 국내에서 생산된 지 40년이다. 유럽이나 일본에 비해 매우 짧은 기간이지만 현재 초콜릿 문화의 확산은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대한제국 말기에 첫선을 보여 일제강점기를 지나 미군부대를 거치면서 ‘꿈의 과자’로 불렸던 초콜릿은 이제 누구나 쉽게 즐기는 기호품이 되었다. 독특한 개성과 취향으로 무장한 신세대들은 감히 기성세대들이 꿈도 못 꿨던 초콜릿 다양화의 시대를 열어가려 하고 있다. 맛은 물론 모양과 포장까지도 장인의 손을 거친 초콜릿에 과감히 지갑을 열며 초콜릿을 문화로 즐기려는 사람들. 애초에 고귀한 사람들의 입을 위해 바쳐졌던 초콜릿이 현대사회의 대중성과 다양성에 발맞춰 한창 변신을 꾀하고 있는 중이다. 쇼콜라티에 김성미 교수(수원여대 제과제빵과)는 “한국의 수제 초콜릿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한국의 먹거리와 초콜릿을 결합한 독특하고 맛있는 초콜릿 메뉴개발과 한국시장에 맞는 초콜릿 테마 카페 등 이제는 한국적인 초콜릿 문화를 만들어나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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