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바람이 부니까
호접이 날지 않는다.
가을 바람이 해조같이 불어와서
울 안에 코스모스가 구름처럼 쌓였어도
호접 한 마리도 날아오지 않는다.
적막만이 가을 해 엷은 볕 아래 졸고
그 날이 저물면 벌레 우는 긴긴 밤을
등피 끄스리는 등잔을 지키고 새우는 것이다.
달이 유난하게 밝은 밤
지붕 위에 박이 또 다른 하나의 달처럼
화안히 떠오르는 밤
담 너머로 박 너머로
지는 잎이 구울러 오면
호접같이 단장한 어느 여인이 찾아올 듯 싶은데...
싸늘한 가을 바람만이 불어와서
나의 가슴을 싸늘하게 하고
입김도 서리같이 식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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