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
내 책상서랍에선
뻐꾸기 소리가 난다.
낡은 목재의
어느 구석진 자리에
새의 혼령이 남아 있었을까.
경상북도 죽령부근의
숲 속에서나 들릴
뻐꾸기 소리.
헐은 사무용
책상 위엔
핏발 잘 서던 날의
내 벌건 손자국도 묻어 있다.
내 절망을 소리내어 울던
눈물 자국도 얼룩져 있다.
속 쓰린
내 추억의 반점들을 쪼아먹고
대신 울어 주는 새
무성했던 그 원형의 나무들에
옮겨 다니며 살던
옛날의 뻐꾸기 한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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