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이향아님에 음미

오드리튜튜 2007. 12. 23. 23:14



한 잔의 커피를 마신다.
뜨거운 한 모금의 차는
발톱으로 흘러가고 코끝으로 흐른다.
발톱으로 가서는 내가 딛고 나설 땅이 된다지만
코끝으로 간 것은 울음만 된다.
울음이 부서지면 산그늘로 숨지만
내 하늘을 채우고도 되레 남는다.
백자같이 너그러운 한낮
수정같이 도도한 밤
풀길없는 갈증으로 남는다.
내가 마신 한 잔의 커피로는 안 될 것이다.
발톱에서 코끝으로 오르는 파란만장한 질곡을
귀먹은 아우성을
내 철 없는 열증을
나는 안다.
어림도 없는 것이다.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해인님에 가을노래  (0) 2007.12.23
양성우님에 기다림의 시  (0) 2007.12.23
이우석님에 휘파람  (0) 2007.12.22
허영자님에 임  (0) 2007.12.22
송선영님에 강강수월래  (0) 2007.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