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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석님에 휘파람

오드리튜튜 2007. 12. 22. 01:30



나는 늘 휘파람을 불면서
입을 오무리고 걷는다.
오무린 입속에 봄 바람이 일어
버들개지가 푸릇 푸릇 싹을 띄운다.
휘파람은 늘 입속에서
버들개지의 대롱을 타고 밖으로 나온다.
나와 흡사한 사람을 나는 가끔 본다.
파밭을 지나면서
그것은 오히려 더욱 싱싱히
파잎을 타고 나오는 닐리리 닐리리
소리.
검은 커튼을 드리우고
깊이 방에 묻혀 있는 날
봄 볕을 타고 흐트러지는
수많은 피리 소리를 들으면서
나의 휘파람은 입속에 있는
가장 가벼운 침방울을 흔들어
홀홀 날려 보내는
일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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