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김종목님에 찻집에서

오드리튜튜 2007. 12. 6. 01:07



방금 배달된 코피잔에서
따뜻이 뎁혀진 겨울을 보며
나는 외투깃으로 스치는 비발디의 음악을 듣고 있었다.
기다리는 사람은 오지 않고,
약속한 시간을
뚝뚝 부러뜨리는 성냥개비마다,
잠시 그리움이 찌직찌직 타오르다
하얀 재로 꺼진다.
차는 식어가고
음악은 누군가의 목청에서 피를 적시며
끝없이 끝없이 흐르는데,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 한다는
삶의 비애를 달래며
석꼬처럼 앉아 있는 많은 사람들.
때로는 기다림에 지쳐
쓸쓸한 표정으로 돌아가거나,
아니면 시인이나 작가처럼
하루의 허무를 만지작거리다가
돌아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산다는 것이
더러는 이러한 아픔과의 부딪힘 속에서
무쇠처럼 단련되고
또 단단한 뼈대를 갖춘다는 것을,
스스로 조용히 받아들이면서
나는 또 언제까지나 기다려야만 하는지.
낙엽같은 창문에서
누군가가 붉게붉게 흐느끼고
하얗게 삭아 있는 코피잔 위로
약속의 껍질을 소리없이 만지작거리면서
또 얼마를 기다려야 하는지.
얼마를 기다리며
살아가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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