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이숙희님에 고향 1

오드리튜튜 2007. 12. 5. 01:50



방학이면 할머니 사는
아버지 고향으로 간다
겨울 벌판에 채곡히 쌓인 짚더미
앙상하고
허허한 나무까지도 우리에겐
싱그러웠다
몇 개의 개울을 건너고
송림 우거진 숲에서
도깨비는
후두둑 떨어지는 솔방울에 자지러지고
더러는
때깔 고운 감이 예닐곱 남은
마을들을 지날 때
까치가 먹을 양식이라고 오빠는
말했지
고운 감이 떨듯 달린 외로움도 사랑
하라고
농부들이 빈 들을 건너
나뭇짐 한다발씩 지고 오고
촌 아이들 언덕에서 연을 날린다
기름먹인 한지에 할아버지는
방패처럼 활을 휘어 명주실 매고
꽁꽁
언 강을 지나 뒷산 오르면
멍석처럼 펀펀한 구름떼 위에
하늘은 선명한 얼굴로 다가오고
날이 저물면
노을이 되어 돌아오는 연의 그림자
날이 저물면
노을이 되어 돌아가는 나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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