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섬에 시계탑을 세우면서 사람들이
시계를 쳐다보고 바다에 나가는 시간을
앉아서 기다리고 무료한 기다림을 달래기 위하여
잠을 껴안는다 소나무 그늘을 찾아 그늘 속에 몸을 숨기고
잠든다 이제는 해시계가 필요 없으므로 사람들은
태양과 결별한다 날이면 날마다
굿당만 소란하고 섬의 이마에 얹힌 태양 녹슬고
바다에 이르는 언덕길만 길어지고 깊어져서
섬의 전신을 덮고 있는 그늘 살찌고
섬은 무거워진다 바다로 서서히 침몰해 간다
꿈속의 시계소리 속으로 사람들은 용해되고
거슬러 올라가는 태양의 길목에서 들숨 날숨
섬은 익사한다 시계탑과 더불어
태양이 마저 녹슬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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