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서거니 뒷서거니 풀잎에 가을 듣는 날
바인더가 흘려버린 벼이삭을 줍는다
기계를 믿은 어리석음의 흔적을 줍는다
바인더가 흘려버린 벼이삭을 줍는다
기계를 믿은 어리석음의 흔적을 줍는다
맨손으로 먹이를 집어먹던 날부터
숟가락 혹은 젓가락으로 식사를 하는
오늘까지의 거리는 손바닥과 손등의
그저 거기서 거기까지일 뿐
원시채집경제는 아직도 흙에 살아 있고
벼이삭 줍는 뜻은 목숨의 노래
숟가락 혹은 젓가락으로 식사를 하는
오늘까지의 거리는 손바닥과 손등의
그저 거기서 거기까지일 뿐
원시채집경제는 아직도 흙에 살아 있고
벼이삭 줍는 뜻은 목숨의 노래
이삭 하나에서 한 계절이 열린다
이슬이 발목 적시고
달콤한 바람 불던 날 아침의
들길에서 만난 김씨와 나누는 인사는
원시보다 낮은 곳에서
문명보다 높은 곳으로 소리없이
와닿는 곡식들의 키를 짐작하는
들새들 눈매만큼이나 아름다운 것인데
이슬이 발목 적시고
달콤한 바람 불던 날 아침의
들길에서 만난 김씨와 나누는 인사는
원시보다 낮은 곳에서
문명보다 높은 곳으로 소리없이
와닿는 곡식들의 키를 짐작하는
들새들 눈매만큼이나 아름다운 것인데
이삭 하나에서 한 시대가 보인다
오지그릇 장수였다던 고조할아버지
짚세기 자욱마다 괴어 있는
사람 아래 사람들 목이 진 눈물이
떨리며 숨어 삭아 어룽진 거,
짚세기 자욱마다 괴어 있는
사람 아래 사람들 목이 진 눈물이
떨리며 숨어 삭아 어룽진 거,
참봉댁 머슴이었던 증조할아버지
거덜난 삶의 팍팍한 황톳길
낮도 밤 같은 한평생 주름살이
무잠뱅이 기운 자욱으로 드러나는 거,
거덜난 삶의 팍팍한 황톳길
낮도 밤 같은 한평생 주름살이
무잠뱅이 기운 자욱으로 드러나는 거,
일제 때 징용 가서 객사한
빈혈 묻은 할아버지의 조국 하늘과
6^256^25 때 탄알 지고 가다 행방불명된
울 아버지 검정고무신에 흥건하게
괴어 있을 피냄새에 엉겨붙는 파리떼
파리떼처럼 그날 그날의 높이를
날아보다 사라지는 하루살이 같은 거,
빈혈 묻은 할아버지의 조국 하늘과
6^256^25 때 탄알 지고 가다 행방불명된
울 아버지 검정고무신에 흥건하게
괴어 있을 피냄새에 엉겨붙는 파리떼
파리떼처럼 그날 그날의 높이를
날아보다 사라지는 하루살이 같은 거,
월남땅 정글에서 전사한 큰형의 그
비폭력 논리가 방위세로 부정되는 것과
중동땅 어느 모래펄에서
산소용접기를 손에 쥔 채 죽었다는
작은형 적금통장에 쓸쓸하게 남아 있는
빈 공간 같은 거
비폭력 논리가 방위세로 부정되는 것과
중동땅 어느 모래펄에서
산소용접기를 손에 쥔 채 죽었다는
작은형 적금통장에 쓸쓸하게 남아 있는
빈 공간 같은 거
이삭 하나에서 이상기류가 흐른다
들바람이 농약 냄새에 시들고
열어놓고 살던 사립문 뜯어낸 그 자리
철문 달아 굳게 닫은 채 이웃 사람들
빚더미 위에서 의료보험카드를
그리워한다
열어놓고 살던 사립문 뜯어낸 그 자리
철문 달아 굳게 닫은 채 이웃 사람들
빚더미 위에서 의료보험카드를
그리워한다
씨 뿌리는 사람들 단속하는 문서들과
말 잘 듣는 사람들 다스리는 구호들이
피임약을 팔고 냉장고를 팔며
곡식값을 주무르고 대학은 자꾸
인가되는데 자꾸 높아지는데
거친 손바닥에 앙금진 노동은
목타는 침묵일 뿐 술이 취하면
논값과 서울의 아파트값을 자꾸
견주어보며 깊어지는 막소주의 유혹
말 잘 듣는 사람들 다스리는 구호들이
피임약을 팔고 냉장고를 팔며
곡식값을 주무르고 대학은 자꾸
인가되는데 자꾸 높아지는데
거친 손바닥에 앙금진 노동은
목타는 침묵일 뿐 술이 취하면
논값과 서울의 아파트값을 자꾸
견주어보며 깊어지는 막소주의 유혹
그래도 그냥은 죽을 수 없는 까닭이 있어
지난 여름 병든 들녘 바라보며 흘리던
땀의 이름을 씹으며 씹으며,
지난 여름 병든 들녘 바라보며 흘리던
땀의 이름을 씹으며 씹으며,
입 없는 농투산이 처진 어깨로 지고
가는 국제적인 무게의 채무를 생각하며,
가는 국제적인 무게의 채무를 생각하며,
아이들 키보다 빨리 자라는
이자의 속도를 생각하며,
이자의 속도를 생각하며,
컬러로 꾸며진 정책에 가리워져
아직도 흙 속에서 영양분을 빨다가
흙 속에 묻히는 20세기 문명을 생각하며,
아직도 흙 속에서 영양분을 빨다가
흙 속에 묻히는 20세기 문명을 생각하며,
기계의 시꺼먼 이빨자욱마다
짓무른 생존의 살냄새가
가마니로 포장되어 팔려가는 이 시대,
짓무른 생존의 살냄새가
가마니로 포장되어 팔려가는 이 시대,
이 시대의 구석지고 메마른 땅에서
오늘도 허리 굽혀 이삭을 줍는다
오늘도 허리 굽혀 이삭을 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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