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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철님에 정든 임

오드리튜튜 2007. 10. 31. 02:00


저기 붉은 흙 황토산 마루에
정든 임, 살고 있어
우리가 꿈물결 굽이 속일망정 잊으랴.
이젠 차마 압삔으로도 못 누를 애절함
마디마디 엮어,
그토록 긴긴 밤 상처뿐인 나날에
기다렸던 사람아.
오직 단 한분, 황토산 임
모진 목숨 부여잡고 에헤라 돌자갈 길 지나오며
지금껏 그 누굴 위해 살았나, 눈물겨운 사람들.
찬 서리 강산마다 몰려와 찢기어진 분단 깊어만 가고
침묵뿐인 산천에 받은기침 울려 퍼지는 지금
이내 청춘에 쌓인 그리움 확확 불타오르는데,
꽃 지고 새떼마저 떠난 들녘에 당신 오려는가.
그때까지 내 못 기다려,
오직 단 한분, 황토산 임 찾아
설움 많은 시대에 살다가
넘어져도 일어서서 눈 흡뜨고 다리 절며
에헤 간다 에헤 간다 에헤야 간다.
가을 억새 울음에 사무친 숨결 실어
막막한 세상 모진 파도에 타고 가네
오늘 이 출발에는
저 거리 저 등 굽은 사람들 함께 하느니
얼마나 많은 기다림에, 설레임 속에
아픈 넋을 깨물며 참고 진저리치며
서슴없이 젊은 목숨 부대껴 쌓는데,
우리야 청청하게 살아오는 정든 임 못 보겠느냐
살아서 한세월 못 맞이하겠느냐, 이 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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